남녀 간에 나타나는 대장질환 발병률 차이에 장내 세균이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인체에 유익한 세균으로 알려진 유산균·낙산균이 대장암, 대장선종을 비롯한 대장질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송진희 연구교수 연구팀은 성별·연령별 대장질환 발병률 차이와 장내 유익균의 분포에 관해 분석한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거트 앤드 리버(Gut and Liver)’에 게재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은 남성보다 대장질환 발병률이 낮은 여성에게서, 연령별로는 55세 이하 젊은 연령대에서 유산균, 낙산균 등 장내 유익균이 많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대장암 발생자 수는 3만2751명으로, 1위인 갑상선암(3만5303명)에 근접한 2위를 기록했다. 2019년 같은 통계에서 대장암 발병이 4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대장암 발병에 미치는 요인으로는 성별과 연령, 가족력, 흡연 여부, 식습관 등이 있는데, 특히 남성의 발병률이 여성보다 약 2배 높다. 남녀 간 대장질환 발병률 차이는 그동안 성호르몬이 발병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추정돼왔다.

연구진은 최근 대장 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 장내 세균이 대장암 발병에 직간접적인 역할을 미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2021~2022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장선종 및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대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별·연령 요인과 장내세균총의 변화에 따른 대장암 발병률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장선종이나 대장암을 앓는 환자보다 그렇지 않은 건강한 대조군에서 장내 유익균이 유의미하게 많았다. 특히 남녀 중에서는 여성이, 연령별로는 55세 이하 연령층에서 각각 유산균과 낙산균 분포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집단은 통계적으로도 각각 남성과 고령층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낮은 집단으로 분류됐는데, 연구진은 장내 유익균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장내 유익균의 구체적인 분포 양상을 반영해 대장질환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면 대장암을 억제하는 치료법의 개발에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나영 교수는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남성의 절반 수준”이라며 “건강한 여성의 장내세균총에서 발견되는 유익균을 분석해 대장암 예방 및 치료제를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